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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내년에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에 버금가는 작품을 올리는 조건으로 100억원을 주었다'라고 가정하고 얘기를 풀어봅니다.
(여기서 100억원이라는 수치는 극장을 지을 수는 없지만, 작품은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금액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공연기획서를 만든다. 만들고 싶었던 소재는 있었기에.
그 다음은 ?
오디션을 보는 것이 먼저인가? 제작기사를 내보내는 것이 먼저인가?
둘다 'No'입니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극장을 먼저 잡아야 합니다.

오페라의 유령급 공연을 할려면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LG Arts Center급의 극장을 잡아야 합니다.
(적어도 B.E.P를 맞추려면 객석수도 뒷받침되어야하고...)

문제는 여기서 부터입니다.
국내 대극장은 LG, 충무아트홀 정도를 제외하고는 국가나 서울시의 지원을 받는 공공기관입니다.
즉, 뮤지컬만을 올릴 수는 없으며, 그러해서도 안됩니다.
그러다보니, 대개 1년 중 6개월 이상은 기획공연을 올리고 잔여기간을 대관공연을 올립니다.
또한, 대부분의 기획공연은 1~5년 전에 정해지기 때문에 대관 일정도 변경이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관신청 접수기간을 알아보니 1년에 보통 한두 번씩 접수를 받습니다.
용케 그 접수기간이 바로 이어진다면, 접수를 바로 해서 적어도 1년 후엔 무대에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만약 100억원 투자제의를 오늘 받았다면 적어도 2년을 기다려야합니다.
(물론, 2~3주의 수시 대관이 어쩌다 생길 수 있지만, 언제 생길 지 모르는 수시대관을 기다리면서 제작할 수는 없는 노릇...)

용케 바로 접수를 했다고 한다면, 대부분 대관신청에서 떨어진다고 보면 됩니다.

예를 들어볼까?
예술의 전당 오페라 극장(토월극장, 자유소극장 제외)에 올려진 창작뮤지컬이 몇작품 될 것 같은가요?
딱 2작품입니다. '명성황후'와 '행진! 와이키키브라더스'입니다.(제가 모르는 작품도 있겠지만, 그만큼 적다는 말씀입니다.)
그것도 고작 3주 정도의 대관입니다. 이 두작품이 오페라극장에 들어가기 위해 어떠한 과정을 거쳤을 것 같은가요...
와이키키의 경우 다른 극장(구. 팝콘하우스)에서 올리고 이때 예술의 전당측에서 와서 보시고 결정하셔서 대관이 되었다 합니다.

그럼 왜 굳이 대극장을 고집하는가?
뮤지컬은 종합예술입니다. 과연 소극장 공연을 10년 넘게 롱런했다고 이것을 대극장에 올릴수 있을까요? 대답은 '아니올시다' 입니다.

그렇다면 100억을 손에 쥐고도 이도저도 못하는 것입니다.
차라리 1000억이라면 극장을 지어버릴텐데...쩝

100억을 가지고도 만들기 어려운 것이 한국에서의 대형 창작뮤지컬이 아닐까 합니다.

 

또는, 저에게 앤드류로이드웨버같은 천재성이 있다고 한다면,
그래서 몇곡을 만들어 쇼케이스를 해서 투자를 받았다고 한다면,
대관이 될까요? 아닙니다.

그들은 항상 그렇게 말합니다.
'검증이 안되서...'

검증이 될려면 무대에 올려야하는데 무대에 올라설 기회가 주어지질 않으니...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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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나에게 100억이 주어진다면 어떻게든 무대에 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정상적인 절차로는 굉장히 힘들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입니다.

그렇다고 포기하지는 않습니다. 국내에 많은 극장들이 설립되어가고 있으며,
창작에 대한 욕구도 많이 증대되어 가고 있기때문에 점점 좋아지리라 판단됩니다.

앞으로는 오히려, 창작에 같이 참여하지 않고 검증된 외산 뮤지컬들만 고집했던 공연장들은
컨텐츠의 부재로 텅 비어가는 상황을 감수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오늘도 와신상담하며,
모든 여건이 충족되길 기다리기 보다는
오페라의 유령보다 더 좋은 컨텐츠를 발굴하고 만들려고 뛰어다닙니다.

우리의 젊은 날을
푸른 꿈과 함게 키워나갑니다.
그래서 현실이 힘들다고 포기하진 않습니다. 더욱 노력하면 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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