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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s have fun!/삶 : Life

가지 않은 길

뮤지컬뱅크 2015. 10. 11. 14:42

가지 않은 길

 

 2015년 상반기에 인기리에 방영된 드라마 '미생'의 마지막 회차에서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을 낭송하였는데, 내 삶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 싯귀가 있어 소개하고 싶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리는 누구나 살아가면서 선택과 마주하게 된다. 그러한 선택을 할 때, 불안함 혹은 두려움과 마주하게 되기도 하고, 보다 현명한 선택을 위해 지인 또는 선배들의 조언을 듣기도 하고, 용하다는 점집을 찾는 것 같기도 하다. 또한, 그렇게 선택한 결정에 못내 아쉬워하며 술잔을 기울이기도 하고,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에 빠지기도 한다.

 

 나 역시 그러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럴 때마다 떠오르는 시가 로버트 프로스트(Robert Frost) '가지 않은 길(The Road not Taken)'이다. 어렸을 적에는 서정적인 싯귀 때문에 좋아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숲속의 길이 아니라 인생의 길을 말하고 있음을 알게 되어 더 좋아하게 되었다. 특히, 나에게는 마지막 싯귀가 인상적이다.

Two roads diverged in a wood, and I

I took the one less traveled by,

And that has made all the difference.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ㅡ 사람들이 적게간 길을 택했으며,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내 인생의 첫번째 갈래 길은 고등학교 문과/이과 선택이었다. 중학생 때까지는 막연히 과학자나 수학선생님이 되고 싶어서 이과를 선택해야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문과를 선택하면 취업도 어려울 것 같고, 수학성적이 좋으니 이과를 선택하라는 조언도 한 몫 했다. 그렇게 이과를 선택해서 공부하며, 대학 입학이라는 다음 갈래 길을 만났다. 기숙사 생활을 같이 하던 친한 친구를 따라 육사에 시험보러 왔다가 3차 시험까지 마치고 나니, 나 혼자 합격하게 된 것이다. 육사 교정과 생도들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젊은이의 기상이, 내성적인 나를 성장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막연한 기대감에 입학했으며, 다행히도 무사히 졸업했다. 첫 번째, 두 번째의 갈래길은 주위의 조언과 뜻밖의 행운이 깃들어 큰 고민없이 선택하였다. 그렇게 군인의 길을 걸으며 만난, 세 번째 갈래 길이 5년차 조기전역이다. 직업군인의 길을 포기하는 것이기에 내 인생에 있어서 무척 중요한 결정이었다. 전역하면서 주위의 반대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으나, 결과적으로 그 순간의 선택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가고 있으며, '내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고' 말하는 프로스트의 싯귀 그대로이다.

 

 나의 선택들을 되짚어보면,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미련이 결국 가고자 했던 길로 나를 이끌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된다고교 시절 이과 선택에 대한 반대급부로 교지편집활동에 매진했었고, 생도시절에는 육사신보사 기자생도를 하면서 영화, 공연, 책에 빠져 지냈던 것 같다. 군생활 중에도 책, 음악, 춤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였다.

 

 그 이후, 갈래길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아 생기는 미련들을 없애고 싶었기에, '후회할지라도 미련은 남기지 않겠다'라는 나만의 좌우명을 만들었다.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선택의 순간마다 판단의 기준으로 삼았다. 첫째, 선택의 기로에서 ''를 기준으로 선택한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사람이 선택의 순간에는 각자 최선의 결정을 내리겠지만, 자신이 원하는 선택 뿐만 아니라, 가족, 지인 등 타인을 고려한 선택을 최선으로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결정이 잘못되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자신의 내면의 소리에 귀를 귀울인다면보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근접한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그 선택을 하게 된 까닭을 글로 남겨, 내가 선택하지 않았던 길에 대한 미련이 생길 때마다 그 글을 읽어봄으로써 나의 선택에 믿음을 더해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전역 후 IT회사에 근무하다가 사표를 내고 공연예술분야로 옮길 때 썼던 글이 있다. 소득도 작고, 미래도 불투명하기에 가끔 안정적인 분야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럴 때 공연예술분야로 들어서면서 썼던 글을 읽어보면 초심으로 돌아갈 수 있는 여유를 얻는다.

 

 사회 생활을 하면서, 자주 받았던 질문이 '왜 전역했어요?' '장교로서의 삶이 아쉽지 않아요?'이다. 전역 이후의 선택을 되돌아보면, IT, 탭댄스, 뮤지컬, 공연장을 거쳐 문화마케팅 업무를 하고 있다더욱 최선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는 있어도, 하고 싶은 일은 계획을 세워 도전하였기에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아쉬움은 적다.  물론, 아예 없다면 거짓말이겠지만,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미련이 생길 때마다 그때 작성했던 글을 꺼내어본다. 그러면, 지금의 선택에 더욱 집중하게 된다. 군에 있는 동기나 후배들이 전역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나, 회사 동료가 이직에 대한 조언을 구할 때, 꼭 말해주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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