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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out Musical/Think

'뮤지컬 넘버'가 뭐죠?

뮤지컬뱅크 2022. 4. 24. 18:45

“이번 주에 친구랑 뮤지컬 “웃는 남자”를 보러 갈 예정인데, 작품 괜찮나요?”

“뮤지컬 넘버도 괜찮고, 드라마도 좋아요. 아마 좋아하실 거예요.”

“기대되네요, 그런데 뮤지컬 넘버가 뭐예요?”

“아~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를 ‘뮤지컬 넘버’라고 해요”

“왜 ‘OST’라고 하지 않고, ‘뮤지컬 넘버’라고 하죠?”

 

  주변에서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그 작품에 대한 평이 괜찮냐고 내게 가끔 물어볼 때가 있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보통 뮤지컬 작품에 나오는 노래를 기준으로 대답해주곤 한다. 뮤지컬은 여러 요소 중에서 노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뮤지컬에 나오는 노래를 ‘뮤지컬 넘버’라고 하는데, 생소한 단어라서 되묻는 경우가 많다. 나도 처음에는 너무 이상하게 생각했다. 노래(music)와 숫자(number)는 잘 어울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음악은 흔히 BGM(Background Music) 또는 OST(Original Sound Track)라고 부른다. 그런데, 유독 뮤지컬에서 사용되는 노래나 음악은 왜 뮤지컬 넘버(Musical Number)라고 부르는 것일까? 왜 ‘넘버’를 붙이게 된 것일까?


출처 :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프로그램북

  뮤지컬 ‘웃는 남자’의 뮤지컬 넘버를 살펴보면, 실제로 노래 제목 왼쪽에 숫자가 기재되어 있다. 그리고, 특이한 점은 ‘14번 눈물의 성’과 ‘18번 눈물의 성 리프라이즈’처럼 똑같은 제목의 노래도 보인다. 왜 넘버를 붙이는 것이고, ‘리프라이즈’가 무엇인지만 알아도 조금 더 아는 척할 수 있을 것이다.


  정확한 기원은 알 수 없지만, 뮤지컬의 제작과정을 살펴보면 왜 넘버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알 수 있다. 뮤지컬을 처음 제작할 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대본과 음악이며, 1차 완성된 대본을 바탕으로 노래를 만든다. 그런데, 여러 가지 이유로 대본은 자주 바뀌게 된다. 줄거리가 크게 바뀔 수도 있고, 각 장면의 분위기 등을 고려하여 조금씩 바뀔 수도 있다. 그때마다 노래 가사(대사)도 변하게 된다. 그런데, 노래 제목은 가사의 내용을 함축해 정해야 하기 때문에 가사가 바뀔 때마다 제목도 수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그래서, 제작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특정한 제목을 미리 정해놓기보다 각 장면에 등장하는 음악에 1번, 2번 등 번호를 붙이게 됐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그리고 극이 완성돼 무대에 올리기 직전 각 넘버 옆에 제목을 단다.


  또한, 연습 과정에서 생길 수 있는 혼란을 막기 위해 넘버를 달기도 한다. 뮤지컬 메인 넘버는 주로 극 후반부에 다른 버전으로 한번 더 등장하기 마련(리프라이즈, Reprise)인데 노래 제목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연출자가 의미하는 버전과 배우들이 생각하는 버전이 다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뮤지컬 ‘캣츠’에는 ‘메모리’가 극 중 두 가지 버전으로 등장하는데 연출자가 “‘메모리’ 연습합시다”라고 하면 배우들은 두 버전 중 어떤 버전을 의미하는지 정확히 알아듣기 힘들다. 이런 수고를 덜기 위해 각각의 ‘메모리’에는 13번과 20번이라는 넘버가 붙었다.(*)


  뮤지컬을 관람하다 보면, ‘이 노래는 좀 전에 들었던 노래 같은데…?’라고 생각될 때가 있다. 이러한 넘버를 리프라이즈라고 하는데, 앞서 등장한 멜로디를 다시 변주하거나 반복해서 만든 넘버를 말한다. 멜로디는 같지만, 작품의 내용에 따라 가사, 분위기 연출 등이 바뀌기도 한다. 관람을 마치고 공연장을 나설 때 귓가에 맴도는 노래가 있다면, 아마도 그 작품이 리프라이즈와 같은 장치를 잘 활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뮤지컬 넘버에는 어떠한 곡들이 있을까? 살펴보면 뮤지컬보다 더욱 유명한 뮤지컬 넘버도 많다. 특히,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 어릴 적 즐겁게 따라 불렀던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의 ‘도레미(Do – Re – Mi)’와 에델바이스(Edelweiss),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커다란 샹들리에가 떨어질 것 같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The Phantom Of The Opera’, 불의에 맞서 싸울 수 있도록 힘을 북돋아주는 뮤지컬 ‘레미제라블’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안중근 의사의 독립투쟁을 생생하게 그려낸 뮤지컬 ‘영웅’의 ‘누가 죄인인가’ 등이 대표적이다. 


  뮤지컬을 보기 전에, 그 작품의 유명한 뮤지컬 넘버를 미리 들어본다면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뮤지컬 넘버’에 대한 기원과 ‘리프라이즈’ 등에 대하여 살짝 아는 척할 수 있는 묘미도 있다. 


브런치에 써왔던 글을 책으로 펴냈습니다. 

더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냈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제목 : '아는 척! 하기 딱 좋은 공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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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박주희, “

뮤지컬 음악은 왜 넘버(number)라고 부를까?”, 『한국일보』, 2014.08.20,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2014082016959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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