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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소문은 관리할 수 없다는 편견을 버려!  - 미국 펭귄 출판사의 입소문 마케팅 사례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자주 소비하는, 만원 안팎의 제품이나 서비스 가운데 입소문의 영향력이 가장 큰 게 무엇일까? 아마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떠올릴 것이다. 영화의 경우 일찍부터 입소문의 중요성이 부각되어 이를 활용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이 전개되고 있다. 시사회를 통한 사전 입소문의 유도와 더불어 이른바 '알바'를 동원한 게시판 도배 행위까지 우리 관객들이 알게 모르게 영화 마케팅 담당자들은 다양한 입소문 마케팅 실험을 펼쳐 왔다.

 

그렇다면 책의 경우는 어떨까? 당신이 책을 구매하는 과정을 한번 곰곰이 생각해 보라. 어떤 요인이 당신의 의사 결정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는가? 혹시 동료나 지인, 친구들의 추천이나 주변의 입소문에 의존해 책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지 않았는가?

 

세계 2대 출판 그룹 - 펭귄 그룹

 

우리에게도 널리 알려진 펭귄 그룹(Penguin Group)은 산하에 수많은 성인 및 어린이 도서 임프린트(imprint)를 보유한 세계 2대 출판 그룹이다. 이러한 펭귄 그룹에게도 출판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결코 호락호락한 문제가 아니다. 하루에도 수천 종의 책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 속에서 판매에 필요한 최소한의 관심과 주목조차 끌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지극히 제한된 범위의 마케팅 예산을 활용해 책을 홍보해야 하는 출판 마케터 입장에서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저자의 책을 마케팅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신간 도서의 경우 출간 뒤 수 주 안에 시장에서 상당한 정도의 주목과 반응을 이끌어 내지 못하면, 그 뒤로는 영영 성공에 필요한 '추진력'을 확보하지 못하기 십상이다.

 

펭귄 그룹의 입소문 마케팅 실험

 

2002년 여름 펭귄 그룹은 Adam Davies라는 신인 작가가 쓴 『The Frog King』이라는 소설의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뉴욕의 출판사에서 박봉의 말단 직원으로 근무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재미나게 그린 이 소설은 신인 작가의 데뷰 소설 치고는 상당한 성공을 기대해 볼 만한 작품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쥐꼬리만큼 책정된 광고 예산이었다. 더욱이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8월로 출간 예정일이 잡혀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펭귄 그룹은 신생 마케팅 에이전시 버즈에이전트(BzzAgent)에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의뢰하기로 결정한다. 버즈에이전트는 2002년 3월에 설립된, 보스턴 소재의 입소문 마케팅 전문 대행사로서 그때까지 별 다른 캠페인 수행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자신들이 개발한 입소문 마케팅 서비스를 공동으로 실험할 초기 고객사를 찾고 있는 중이었다.

 

『The Frog King』의 예정 출간일로부터 2주일의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은 조건에서, 버즈에이전트는 입소문 전파력이 뛰어난 잠재 독자들의 손에 이 책을 전달하기 위해 조직적인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기획한다. 열성적 전파자 역할을 할 만한 독자들에게 『The Frog King』 '체험' 기회를 주는 일이야말로 타깃 독자들 사이에 입소문이 퍼지는 결정적인 열쇠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버즈에이전트는 『The Frog King』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이 책이 크게 어필할 타깃 독자는 뉴욕에 거주하는 18세에서 34세 사이의 성인 남녀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러한 조건에 맞는 잠재 독자들을 집중적으로 캠페인에 참가시킨다.

 

버즈에이전트가 이른바 스니저(sneezer) 성향의 잠재 독자들에게 달랑 책 한 권만 주면서 입소문을 내 달라고 부탁한 것은 아니었다. 버즈에이전트는 개별 캠페인 참가자들에게 '버즈키트(BzzKit)'라고 불리는 입소문 캠페인 패키지를 배송했다. 버즈키트는 『The Frog King』에 대한 상세한 소개를 담은 캠페인 안내서, 입소문 캠페인 참가자로서 준수해야 할 사항을 담은 행동 규범(code of conduct), 권장 입소문 활동이 상세하게 정리된 목록(activity list) 등으로 구성된 매우 인상적인 선물 세트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키트를 받은 캠페인 참가자들은 자발적으로 다양한 입소문 활동을 전개했다. 이들이 수행한 입소문 활동에는 주변 친구나 동료, 지인 등에게 『The Frog King』을 소개하고 추천하는 일부터 Amazon.com이나 자기가 활동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서평을 올리는 일, 그리고 동네 서점 직원에게 『The Frog King』에 대해 문의하는 활동까지 갖가지 입소문 활동이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내용만 놓고 보자면, 출판사들이 오피니언 리더급 인사들에게 신간 도서를 증정하며 입소문이 '우발적으로' 퍼지기를 기대하는 것과 버즈에이전트의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 사이에 별 다른 차이가 없어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버즈에이전트는 캠페인 참가자들의 발굴과 선발에서부터 캠페인 참가자 교육, 입소문 활동의 보고, 활동 보고서에 대한 피드백, 열성 참가자에 대한 보상, 그리고 전체 입소문 활동에 대한 측정 및 결과 분석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버즈에이전트 웹사이트(www.bzzagent.com)를 통해 체계화하고 자동화했다는 점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펭귄 그룹을 놀라게 한 입소문 마케팅의 성과

 

이상과 같이 진행된 버즈에이전트의 『The Frog King』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은 기대 이상의 성과로 펭귄 그룹을 깜짝 놀라게 했다. 펭귄 그룹이 예상한 연간 판매 부수를 단 2개월 만에 돌파한 것이다. 실제로 펭귄 그룹은 『The Frog King』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이 끝나 갈 즈음 이미 4쇄를 인쇄했으며, 저자 싸인회에도 평소보다 3배나 많은 팬들이 몰려오는 성과를 맛보았다.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 펭귄 그룹은 버즈에이전트로부터 캠페인 결과에 대한 종합 분석 보고서를 받았다. 이 보고서에는 캠페인 참가자 집단에 대한 인구통계학적 정보에서부터 입소문 활동의 구체적인 장소, 시간, 메시지에 대한 분석, 설문조사 결과, 그리고 입소문 영향력의 추정에 이르기까지 캠페인의 전 측면이 상세하게 정리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상치 못한 입소문 마케팅의 성과에 고무된 펭귄 그룹은 2003년 자사의 신간 도서 9권에 대해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의뢰하는 연간 계약을 버즈에이전트와 체결하게 된다. 이렇게 수행된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 대상 도서에는 2003년 최고의 판매 부수를 기록한 마케팅 서적, 세스 고딘(Seth Godin)의 『Purple Cow』가 포함돼 있다.

2003년에 이어 2004년에도 펭귄 그룹은 자사 도서 12권에 대해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수행하는 계약을 버즈에이전트와 맺는다. 흥미로운 사실은 펭귄 그룹이 버즈에이전트와 '독점'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다른 출판사가 버즈에이전트의 입소문 마케팅 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막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펭귄 그룹이 버즈에이전트와 연간 독점 계약을 체결하기 전인 2003년 7월, 랜덤 하우스(Random House)의 크라운 비즈니스(Crown Business)가 『The 5 Patterns of Extraordinary Careers』의 출간에 맞춰 버즈에이전트와 함께 2개월 동안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펭귄 그룹을 제외한 다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에 대해서는 버즈에이전트의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을 볼 수 없게 됐다.

 

입소문 마케팅에 대한 오해

 

입소문 마케팅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오해는 '입소문은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다. 대부분의 마케팅 담당자들이 광고나 다른 마케팅 수단을 통해 확실히 입소문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직접적으로는 결코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고 믿는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입소문도 사람의 힘으로 유도하고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버즈에이전트가 펭귄 그룹을 위해 수행한 조직적인 입소문 마케팅 캠페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는 바와 같이, 적절한 상황을 조성하고 치밀한 입소문 마케팅 계획을 준비한다면 입소문의 강력한 힘을 이용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낳을 수 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입소문을 통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면에는 과거의 방법에 안주한 채 입소문 마케팅을 시도하기 주저하는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입소문 마케팅에 관한 두 번째 오해는 입소문 마케팅은 마케팅 예산이 부족할 때 차선책으로 고려할 만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TV 광고나 인쇄 광고, 다이렉트 메일, 텔레 마케팅, 세일즈 프로모션, 온라인 마케팅 등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기존의 마케팅 수단을 활용하기 곤란할 때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입소문 마케팅을 검토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다른 마케팅 활동에 집행하고 남은 돈으로 '추가적으로' 시도해 볼 만한 마케팅 활동 정도로 생각하기도 한다.

 

입소문 마케팅이 다른 마케팅 수단에 비해 비용 대비 효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최소한의 투자 없이도 대단한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다. 실제로 펭귄 그룹이 버즈에이전트와 체결한 2004년 연간 서비스 금액은 10만 달러가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펭귄 그룹 같은 대형 출판사가 이만한 금액을 투자하는 데에는 입소문 마케팅의 효과에 대한 확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입소문 마케팅의 새 시대가 열렸다

 

입소문 하면 아줌마의 수다나 이른바 '알바'에 의한 여론 조작 같은 것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네트워크 시대의 소비자들은 과거의 느리고 측정하기 힘든 입소문에 의존해 구매 의사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 유무선 인터넷과 휴대 전화로 무장한 새 시대의 소비자들은 새로운 네트워크의 힘에 의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다른 입소문 세상을 살고 있다.이렇게 소비자들은 멀찌감치 앞서가고 있는데 대한민국 출판계의 마케팅 및 영업 담당자들은 무엇을 하고 있는가? 출판 시장의 불황에 '위안(?)'을 삼으면서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낡은 전략만을 반복하고 있지 않은가.


출처 : http://www.cyworld.com/jiwon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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